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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9] 물세례와 불세례(?), 어느 게 더 쎌까?글 2021. 1. 9. 12:13
좀 유치한 질문이죠? 10년 전입니다. 사관학교 입교 전 집근처에 있는 교회 수요예배 목사님 설교 가운데 '물세례와 불세례 중 어느 게 더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름 가족들 간에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완전한 회개를 상징하는 침례를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물세례'를 당연히 중요시하고, '불세례'라는 표현은 다소 광신적인 것 같아 사실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생각해보니 이 질문은 물세례와 불세례 중 뭐가 더 먼저이고 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묻기보다,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의 세례'의 의미를 아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용어정리부터 하자면 물세례를 '회개 세례'로, 불세례를 '성령 세례'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정용섭목사님의 설교문을 통해 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초기 기독교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세례 요한의 가르침에 따라서 세례를 중요한 종교의식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세례 요한이 한 말을 행 19:1-7절에서 짚었습니다. 요한은 자기를 주목하지 말고 예수를 주목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마 3:11절은 이렇습니다. "나는 너희로 회개하게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기독교 신앙에서는 회개에 합당한 삶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회개에 합당한 삶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곧 성령 세례입니다. 따라서, 요한은 회개 세례를 베풀었다면 예수님은 성령 세례를 베푼 것입니다.
회개 세례와 성령 세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회개 세례는 손에 잡히지만 성령 세례는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왜 회개 세례로 만족하지 못하고 성령 세례를 굳이 고집하는 것일까요? 회개 세례는 도덕적인 변화와 휴머니즘을 가리킵니다. 정의로운 사람과 세상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인간 문명이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회개 세례입니다. 누가 봐도 옳은 삶입니다. 초기 기독교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라고 말한 이유는 회개 세례, 즉 도덕적인 변화만으로는 구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그것만으로는 영혼의 만족이 불가능합니다.기독교인들도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변혁 운동에 연대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산다고 해서 영혼의 만족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최저 시급이 금년에 당장 1만원으로 인상된다고 해도, 그리고 갑을관계가 많이 해소된다고 해도 영혼의 만족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좋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영혼의 만족을 완전하게 누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목회 행위에서도 그게 그대로 드러납니다. 목회를 진정성 있게 잘하고 운이 따라서 교회를 크게 키운 목사라고 해서 영혼의 만족이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출처 : 다비아 http://www.dab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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