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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본 회퍼의 옥중 편지, '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싸여'글 2022. 10. 15. 00:03
내 사랑 마리아에게,
성탄절에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이 편지를 통해 부모님과 형제 자매,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군요.
이 곳 새로운 형무소에서는 아주 적막한 날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느끼곤 했습니다. 마치 우리 영혼이 일상에서는 알지 못하던 신경체계를 고독 속에서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혼자라거나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과 부모님, 친구들, 전선에 나가 있는 제자들 모두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모두의 기도와 사랑의 마음, 내게 보내 준 성경 말씀, 그리고 지난날에 나누었던 대화, 음악, 책 등은 내 옆에서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믿음의 눈으로 확신하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더 넓은 세계가 있는 것이지요. "둘은 나를 덮어 주고, 둘은 나를 깨워주며"라는 옛 동요에 나오는 천사에 관한 노래처럼, 보이지 않는 주님의 선하신 권능의 손이 아침에나 저녁에나 우리를 지켜 주시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 어르들은 옛날의 그 아이들 이상으로 선하신 권능의 보호하심을 필요로 하니까요. 내가 불행할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행복과 불행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환경에 좌우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가족, 친구들이 모두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마리아, 우리가 서로를 기다려 온 시간이 벌써 2년이 되었군요. 용기를 잃지 말아요! 당신이 부모님 곁에 있어서 기쁩니다. 장모님과 온 가족에게 사랑의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지난밤에 떠오른 생각을 옮겨 보았습니다. 이 시는 당신과 부모님, 형제 자매들에게 보내는 나의 성탄 인사입니다.
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싸여(Von guten Mächten)
신실하신 주님의 팔에 고요히 둘러싸인 보호와 위로 놀라워라.
오늘도 나는 억새처럼 함께 살며 활짝 열린 가슴으로 새로운 해 맞으렵니다.
지나간 날들 우리 마음 괴롭히며 악한 날들 무거운 짐 되어 누를지라도
주여, 간절하게 구하는 영혼에 이미 예비하신 구원을 주소서.
쓰디쓴 무거운 고난의 잔 넘치도록 채워서 주실지라도
당신의 선하신 사랑의 손에서 두려움 없이 감사하며 그 잔 받으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기쁨, 눈부신 햇살 바라보는 기쁨
다시 한 번 주어진다면 지나간 날들 기억하며 나의 삶 당신께 온전히 드리렵니다.
어둠 속에서 가져오신 당신의 촛불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하시며
생명의 빛 칠흙 같은 밤에도 빛을 발하니 우리로 다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가운데 깊은 고요가 임하며 보이지 않는 주님 나라 확장되어 갈 때
모든 주님의 자녀들 목소리 높여 찬양하는 그 우렁찬 소리 듣게 하소서.
주님의 강한 팔에 안겨 있는 놀라운 평화여!
낮이나 밤이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다가올 모든 날에도 변함없으시니
무슨 일 닥쳐올지라도 확신 있게 맞으렵니다.
☞ 출처 : 『디트리히 본회퍼와 약혼녀 마리아의 편지 옥중연서』, 정현숙 옮김, 드림투게더. pp. 344-347.'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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